소프라노, 바리톤, 합창, 바로크 앙상블
바흐솔리스텐서울 위촉작품 <Bach Cantata Series XI>
2021년 10월 14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바흐 칸타타 시리즈 XI> 초연
바흐솔리스텐서울을 위한 <Musical Offering> 은 르네상스 시대의 작곡가 조스캥 데 프레와 바로크 시대의 작곡가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가 각자의 왕을 위하여 작곡한 ‘음악적 헌정물’ 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었습니다. 먼저 앞서 들으신 6성 리체르카레는 독일 프로이센의 국왕이며 예술을 사랑했던 프리드리히 2세가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에게 주제를 들려주며 그의 장기인 즉흥으로 6성 푸가를 연주해달라고 부 탁했고, 그 자리에서 즉흥으로 연주한 결과가 맘에들지 않았던 바흐가 집으로 돌아와 완성하여 국왕에게 헌정한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왕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고심했던 또 다른 작곡가를 소개하며 곡을 시작합니다.
오르간의 지속음과 현악기의 피치카토를 반주로 진지하게 노래하는 도입부는 올해로 서거 500주년을 맞는 조스 캥 데 프레 ( c.1450 - 1521) 의 샹송 <Guillaume se va chauffer> - ‘기욤은 몸을 데우려하네’ 입니다. 프랑스 출신으로 플랑드르 악파와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 데 프레는 미사나 모테트 등의 종교적인 합창 음악 외에도 세속적인 음악을 다수 남겼는데, 가벼운 가사와 쉽게 각인되는 멜로디, 그리고 길이가 짧은 그의 샹송은 당 시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기있었습니다. 1500년 경에 작곡되어 짧지만 진지한 분위기의 이 샹송은 돌림노래의 형 식으로 [기욤은 몸을 데우려하네 / 벽난로 앞에 있는 / 작은 불씨 앞에서 / 연기도 나지 않는데] 라는 세속적인 가사 가 붙어있습니다. 프랑스의 왕 루이 12세는 노래하기를 좋아했으며 데 프레에게 자신을 위한 노래를 작곡해줄 것 을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왕의 노래 실력은 다른 궁정음악가들과 함께하기에 부족하였고, 이를 알고있던 데 프레 는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당시 합창음악에서는 테너 파트가 가장 비중있고 책임감을 가지고 음악을 이끄는 역 할이었는데, 성량이 부족한 왕에게 테너를 맡기자니 음악이 위태로울 것이고, 그렇다고 왕이 아닌 다른 사람을 테 너로 임명하자니 자신의 위치가 위태로울 것이기 때문이죠. 고심 끝에 데 프레는 교묘한 수를 썼는데, 그것은 바로 왕이 비중있는 테너의 역할을 하되, 긴 시간동안 하나의 음 또는 세 네개의 음만 지속하여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이 연기 조차 나지않는 벽난로의 작은 불 앞에서 몸을 데우려하는 우스꽝스러운 기욤 이야기의 샹송이 끝나면 바 이올린 파트가 서로 자유롭게 돌림노래를 확장시키고, 화음을 펼치며 뒷 배경음을 지속시켜주는 건반악기 파트에 서는 프리드리히 2세의 주제가 서서히 등장합니다. 이후 느린 부분부터는 ‘만약 내가 그 주제를 받았다면 어떻게 했을까?’ 라는 마음으로 그의 주제에 의한 탐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 도 - 미♭ - 솔 - 라♭ - 시 ] 를 수평적인 한 성부의 멜로디로 사용하기보다 여러 성부가 동시에 울리는 수직적인 화성의 개념으로 사용하면서 다른 의미를 찾아갑니다. 주제음의 등장 순서나 그 위치에 얽매일 필요도 없습니다. 오히려 가끔은 규칙에서 조금 벗어나 느끼 는 자유가 소소하더라도 더 크게 느껴지듯이 주제에서 이탈하는 작은 예외의 변화가 특별한 감정을 만들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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