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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주곡 아닌데? No, it's not variations for piano (2020) 5'


 

Yeol Eum Son © CREDIA MUSIC & ARTISTS

2020년 손열음은 네덜란드 헤이그를 기반으로한 오케스트라 Residentie Orkest Den Haag 의 상주 음악가 Artist in residence 로 선정되었다. 그녀의 네덜란드 일정 중에는 네 번의 협연과 한 번의 독주회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No, it’s not Variations - 변주곡 아닌데?>는 헤이그에서 유학했으며 그 곳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손일훈(1990 - )이 자신의 고향과도 같은 도시에서 상주 음악가로 선정된 그녀의 데뷔를 진심으로 축하하며 헌정한 곡이다. 하이든으로 시작해서 알캉,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를 거쳐 패르트와 카푸스틴까지 약 200년에 걸친 작곡가들의 변주곡들로 짜인 공연 프로그램 가운데 당당하게 변주곡이 아니라고 부정하는 이 곡은 사실 그 제목을 풀어서 써보자면 <‘아닌데?’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다. 이 주제는 2012년에 작곡된 타악기앙상블곡 <No, it’s not - 아닌데?> 으로 초연 후 작품성이 마음에 들지않아 작품목록에서 제외된 곡의 첫머리였다. 간단명료하고 톡톡 튀는 것이 마음에들어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했던 이 주제는 몇 년간 많은 시도를 거치며 작업 수첩에서 온갖 변형고문을 당해야만 했다. 신기하게도 ’손열음’, ‘변주곡’, ‘헤이그’ 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정해지고나서부터 이 주제는 빠른 속도로 곡의 형태를 갖추었다. 섬세한 음색으로 노래하는 표현력과 거침없이 질주하는 기교가 공존할 수 있는 그녀의 음악은 한계를 가늠할 수 없다. 그런 그녀의 능력 중 독보적인 부분이 있는데, 바로 ‘친화력’이다. 연주 시작과 동시에 친밀감을 형성하기 시작하는 손열음은 공연의 끝까지 관객과 많은 교감을 나눈다. 2013년 3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의 첫 데뷔 리사이틀 때도 역시 그녀는 손수 골라담은 연주 곡목으로 음악이야기를 펼치는데, 긴장감이 돌던 콘서트홀은 금새 따뜻해졌다. 짜여진 프로그램을 모두 마친 그녀는 마치 ‘지금부터 시작이야!’ 라고 외치는듯 연이어 화려한 앙코르 연주를 쏟아냈다. 그 중 윌리엄 볼콤의 작품 <에덴의 정원> 중 ‘뱀의 키스’ — 장난스럽고 개성있는 이 ‘래그타임’의 중간에는 음과 음 사이의 공백을 피아노를 두드리며 메우는 부분이 있다. 손열음은 이 간단한 리듬을 혼자서 두드리는 대신에 객석을 향해 박수를 치며 참여를 이끌어냈다. 바로 다음 구절부터 피아니스트와 관객이 하나되어 연주하던 그 특별한 순간을 오마쥬하여 <변주곡 아닌데?> 의 한 부분으로 넣었다. 짧은 시간동안 유쾌하게 웃고 즐기도록 작곡된 이 곡은 마치 자기도 속마음을 모르겠는 어린이(또는 어른이)가 말 끝마다 ‘아닌데?’ 라며 장난치는것 처럼 변주곡인듯 아닌듯 규칙이 있는듯 없는듯 흘러간다. 오래된 것 만큼이나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그것이 어떤 음악이든 도전하고 멋지게 소화하는 손열음과 그 관객을 위한 이 곡은 2021년 9월 17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초연되었고, 9월 3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한국초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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